난파

<인사말>

 

극단 '그림연극'의 깐깐한 무대그물

水山 金祐鎭의 희곡을 무대에서 만나야 하는데, 늘 숙제였다. 어느 희곡이든 무대를 원한다. 무대는 희곡의 삶터이기 때문이다. 김우진 작고 80주년이 흘렀다. 그의 삶과 문학세계는 여전히 분석되고 있고,〈사의 찬미>(1991년)라는 영화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정작 그의 희곡은 입말로만 살아있었지 몸말로는 살아나지 못했다. 한국 근대극을 선도하며 실험성 짙은 희곡을 창작했던 김우진, 그의 희곡세계가 온전하게 살아나지 않았다는 증좌다.

극단 '그림연극'이 김우진의 희곡 〈난파〉를 열 번째 정기공연 무대에 올린다.

극단 '그림연극'은 순수 연극과 타 장르를 융합해 새로운 무대를 구축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 극단이다. 이번〈난파〉무대에서도 인형극, 그림자극, 애니메이션 기법들을 총 동원할 예정이다. 우선〈난파〉를 단순하게 해석하고 싶지 않다는 각오다. 깐깐한 극단 색깔이 느껴진다.〈난파〉를 이 시대에 부활시키면서 그들이 마련한 무대그물은 질기고도 촘촘할 거라 기대한다.

지금 우리 시대의 무대 환경은 어렵다. 축제를 빙자한 무대는 흥청거리지만, 우리 작가의 창작 희곡 무대는 모질게도 어렵다. 어렵게 올린 무대 뒤에는 늘 재촉하는 영수증만이 목잡고 웅성거린다. 차라리 남들처럼 입말로만 희곡을, 연극을 말할 수는 없는가라는, 복잡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극단 '그림연극'에는 처음부터 무대 작업을 구차스럽지 않는 대범함이 있었다. 우리 연극을 깊이 오래 생각하는 그들 속내가 무척 단단했기 때문이다. 극단과 몇 마디 나누면서 내내 즐거웠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지난 해, 목포문학관이 개관하면서 김우진자료실을 열었다. 올 해 5월에는 전국 각처의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김우진연구회'(회장 한옥근)를 창립하고 '제1회김우진문학제'를 개최했다. 한 달 전 4월에는 '제4회여성연출가전'에서 김우진의 희곡이 〈난파〉(백순원 연출), 〈두데기시인의 봄이 오면〉(오승수 연출)로 재조명되었다. 본격적으로 김우진의 삶과 문학세계가 연구되고 선양되고 있어서 의미가 컸다.

이제 극단 '그림연극'이 약 한 달여 동안〈난파〉의 무대를 지킨다.〈난파〉의 무대를 지키는 노력은 우리 연극의 속살을 살리는 작업이다. 그래서 극단 '그림연극'의 작업이 참으로 귀하고도 부러운 무대다. 이현찬 연출가를 비롯한 극단 식구들에게 깊이 감사하며,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