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인사말>

 

세월이 지나면 사회는 그에 비례해서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간과 더불어 사회도 발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긍정적인 사고에 바탕을 둔 태도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난 한 세기 동안 온 세계가 서구의 사회가 이끌어온 문명 세계에 적응하려고 온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서양을 배우려고, 서양을 닮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냉장고, 자동차, 비행기 등으로 지구의 삶의 시·공간의 확장을 경험하며 이제 생명공학의 힘을 빌어 새로운 생명 마져도 인간의 힘으로 산출 해 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 인간이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살아온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40세의 짧은 삶 속에서 카프카(1883-1924)가 경험한 많은 인간내면의 삶은 오늘날 그를 난해한 작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현실이 이미 그 외 작품 속에서 보다 더욱 그로테스크하며, 비인간적이 되었습니다.

가장 사랑하고 이해하고 아껴주어야 할 아버지, 어머니, 누이동생에게 서 까지 죽음으로 내몰려야 하는 벌레로 '변신'한 주인공의 삶은 더 이상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돈의 위력을 자랑하는 인간들이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파충류, 곤충류의 피 없는 인간으로 둔갑한지 오래입니다.

이러한 사회 발전을 이미 100여 년 전에 미리 경험한 카프카야 말로 놀라운 작가입니다.
이러한 작가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변신'을 독일의 베를린, 드레스덴에서 오랜동안 살며 공부해온 연극학도가 무대위에 올린다니 매우 기대 됩니다. 본인이 등장하여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하며, 더욱이 요즘 무대 위에 적응되는 '인형극'의 형태를 빌어 무대언어를 풍부하게 한다니 더욱더 그 공연이 기다려집니다.

동숭동의 연극을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하는 좋은 연극이 되기 바라며...

명륜동에서 2000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