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극단 그림연극의「변신」공연에 부쳐...>

한국카프카학회회장 : 이주동

카프카의 작품만큼 우리 나라 독자층의 마음을 사로잡 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그 이유는 특히 '변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마 독자가 그의 작품 첫머리에서부터 전혀 예기치 못한 신기하고도 수수께끼와 같은 사건과 마주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동화 속에서나 아니면 꿈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건 이 현실 속에서 일어날 뿐만 아니라 그것이 마치 사실처럼 리얼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적인?사회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할 것이라고 믿었던 가족에게서도 소외당해야만 하는 인물 그레고르 잠자의 비극적인 삶에 독자는 동조하게 될 것이다.

카프카의 작품들은 많은 애호가들에 의하여 이미 여러 다른 매체를 통해서 새롭게 해석되고 변형되어진바 있다. 영화, 음악, 드라마, 무용, 혹은 패러디화한 새로운 소설로도 옮겨지는가 하면, 아예 그의 작품에 대한 경애심을 표하는 시까지 창작되기도 한다.
이러한 실험적인 노력의 배경에는 그에 대한 경외적인 사랑뿐만 아니라 난해한 그의 작품을 시각적인 효과나 청각적인 효과를 통해서 가능한 한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해보고 이해해보려는 의도에서 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극단 그림연극에서 시도하고 있는 '변신'의 극화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요 실험으로 보여진다. 배우뿐만 아니라 여러 인형을 등장시킴으로써 시각적인 이미지 내지는 그레고의 내면적인 생각들을 여러 가지 동작과 그림자 형상을 통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카프카의 작품은 '꿈과 같은 내적 인생'을 표출하고 있고,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은 의도를 근본적으로 곡해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
오랜 동안 독일의 문화의 중심지나 다름없는 베를린과 드레스덴에서 극 이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획득과 함께 공연예술가로서 실천적인 활동을 한 이현찬씨가 연출을 맡고 있고 동시에 본인 스스로 무대에 나서고 있다.

어떻게 그가 자기 나름의 독창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카프카의 변신 작품을 해석하고 표출할 것인가? 그리고 이 작품에 어떤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인가? 우리로서는 기대하는 바 크다.

끝으로 한국 카프카 학회를 대표해서 본인은 극단 그림연극이 시도하고 있는 '변신'공연이 많은 갈채속에 성공적인 무대가 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