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어멈

<작품을 만들며>

 

1990년 <베를린 앙상블(Berliner Ensemble)>에서 처음으로 서사극 "억척어멈"을 경험했다.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이 돌아가는 회전무대에서 노래를 하며 포장마차를 끌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극단 그림연극의 아홉번째 정기공연으로 작품을 고르던 중 당시의 "억척어멈"이 힘차게 걷는 모습이 떠올랐고 결정을 하게 되었다.
"억척어멈"은 반전(反戰)을 다룬 작품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행복해지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죽음의 옆인 전쟁터를 돌며 물품을 팔고 생활하는 억척어멈 안나 휘얼링도 마지막에는 쉬고 싶다고 말한다.

평화.
원본을 폈을 때 감동적이고 흥미 있는 부분에 집중을 모았다. 보면 볼수록 브레히트의 작품은 인간적이며 깊이가 있다.

"억척어멈과 그녀의 아이들"은 12장으로 <30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억척어멈 '안나 휘얼링'을 그렸다. 양혜숙 번역본과 원본을 바탕으로 대본작업을 하였고,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과 3시간에 육박하는 공연시간의 단축을 위해 삭제하거나 압축을 했다. 지루하지 않고 알맞은 공연시간으로 100분을 설정하고 시작했었다. 하지만 삭제할 부분도 연결고리로 인해 쉽지 않았다. 결과는 5, 6, 7장을 삭제하는 대신에 내용이 이어지는 다리 역할로 짧은 애니메이션을 생각했다. 재미있고 유익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무대장치는 포장마차와 앉을 수 있는 소품으로 의자가 전부다. 사실 브레히트극의 경우에 무대장치가 그리 필요 없다. 연기방법이 이러한 장치들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연극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관객에게는 조금 의아해 할 수 있다. 프로페셔널하고 능구렁이 같은 배우의 연기력이 중요하다. 1장에서는 탁상인형을 사용해 거의 진행된다. 억척어멈이 3명의 자식 모두를 전장에서 잃는다는 예견을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대사로 대체하기에 가능하다. 11장에서 마지막 남은 카트린은 인간배우가 맡고 나머지 병사와 농부는 인형으로 진행하며 3명의 자녀가 죽는것이 현실이 된다. 출연자가 처음 경험하는 인형극이기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연습과정 중에도 속으론 즐겁게 본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니 만큼 가족의 화목과 평화의 가치를 작품으로 느껴지게 되길 바란다. 또한 그림자연극도 있고 애니메이션도 표현의 방법으로 사용한다.

전쟁이 가져오는 파괴는 참으로 슬프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라크인을 학대한 점령군 또한 "억척어멈"의 인물들처럼 전쟁의 피해자이다. 삭제 된 부분이지만 인물'군목'의 대사처럼 "평화나 전쟁시에도 사고는 날 수 있고, 그 와중에도 평화롭고 지옥 같은 날이 존재한다"며, 대신 경제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는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말에 한 표를 던져야 할지. 공연을 보고 관객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출연자와 함께 어려운 작업환경에서 고생하신 음악지도 서상권, 조명디자인 신호, 음악편곡 조희정, 윤건, 출연자의 몸에 날개를 달아준 의상디자인 김인옥, 기획을 담당한 이웅규, 홍보담당 곽채림, 이소흔, 그리고 예술극장 소극장 스텝 등 작업에 관계하신 모든 이에게, 또한
공연의 배경이 된 번역본의 양혜숙 선생님, 후원해주신 한국브레히트학회, 인문콘텐츠학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