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작품 "변신"에 대하여>

 

연출 : 이현찬(극단 그림연극 대표)

카프카의 작품들은 유리처럼 투명한 사실적인 사건상황이 들어있는 언어를 사용하지만 안과 밖의 세계가 비사실적인 하나의 몸통으로 뒤엉킨다. 그래서 독자는 그의 작품을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의 주제는 현대인의 생존적 문제를 다룬다.
카프카의 "변신(Die Verwandlung)"은 1912년 쓰여졌고 1915년 출판되었다.

이야기는; 어느 날 아침 꿈에서 깨어난 젊은 외판사원인 '그레고 잠자'가 괴물 또는 거대한 곤충으로 변해있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왜 인간인 그가 벌레로 변했는가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으로 카프카는 제시하지 않았다. 텍스트에 쓰여 있는 것으로만 추측을 한다면,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서 기차를 타고 알지도 못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하며, 거리에서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 불규칙적이고 형편없는 식사, 비인간적인 작업환경으로 말미암아 인간적인 구성이 파괴되었지 않나 생각한다.

'그레고'는 그의 부모와 젊은 누이동생과 함께 살았고 집안의 경제적인 책임을 져야했다. '그레고'가 일 하는 곳은 그의 아버지가 빚을 진 바로 그 회사이다. 사원의 복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감시하기에 혈안이 된 회사의 지배인은 모처럼 결근한 '그레고'의 가정을 방문하고 해고란 폭탄 선언을 한다.
이에 놀란 '그레고'는 움직이기 힘든 괴물/벌레의 형상으로 지배인과 가족의 앞에 나타난다. 이 장면이 구성상 "변신"의 이야기에서 최고조를 이룬다. 놀란 아버지에 의해 방에 갇혀버린 '그레고'는 외부의 세계와 단절되고 창문을 통해 관찰되는 유일한 바깥세상인 회색빛 병원만이 시야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여동생 '그레테'가 그를 돌보았지만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는 가족들로부터 귀찮은 존재가 되고 잊혀진다.

힘든 경제적 상황으로 아버지와 누이동생은 일자리를 찾아야 했고 하숙까지 치게 되었다. 텍스트에서 '그레테'는 바이올린을 연습하곤 하는데 아버지가 하숙생들 앞에서 '그레테'에게 연주하게 하는 장면은 왠지 매춘을 시키는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왜, 카프카는 "변신"의 마지막 문장에서 '그레테'의 성숙한 모습을 표현했을까? 어쨌거나 '그레고'는 연주하며 심취해 있는 '그레테'를 훼방하고 이를 본 하숙생들은 하숙비를 지불하는 것을 거절한다.
'그레고'와 가장 가까웠던 '그레테'는 오빠란 이름 대신에 저것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그를 쫓아버릴 것을 주장한다. 사랑하는 여동생 '그레테'의 격한 말을 들은 생업에 능력 없는 벌레 '그레고'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어렸을 때 같이 뛰놀던 모습들? 그네? 조촐히 차린 생일 잔치? 먹구름? 기차?
벌레 '그레고'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등에 박혀 곪으며 결국 생을 마감한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오랜 기간동안 치유 할 수 없는 병에 걸려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죽었다면 어떨까? 여기에 그레고의 가족들은 모든 근심걱정을 깨끗이 씻고 새로운 삶을 계획한다.
아버지 역시 이제 다시 집안의 가장으로서 군림을 하며 또다른 희망으로 카프카의 "변신"은 끝난다.
혹시 '그레테'가 다음 번 "변신"의 '그레고'가 아닐지...

카프카의 "변신"은 어느 날 아침 집안의 가장역할을 했던 주인공 '그레고 잠자'가 끔찍스런 벌레로 바뀌는 것으로 시작하고, 더 이상 생활의 능력이 없는 벌레 그레고 잠자는 가족으로부터소외를 당하고 죽는 것으로 끝난다. 이번 작업에서 나는 그런 내용을 뛰어넘고 싶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삶이다. 인생이라는 것은 나그네처럼 여행이고 그 여행 속에 그레고 잠자는 이곳을 들렀다가 다른 곳으로 계속 이동한다. 우리는 이 작업 속에서 잠시 '그레고 잠자'를 만날 뿐이다.

그래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여행에서 항해로 끝맺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극단 그림연극의 모토처럼 텍스트에 의존하기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하여 움직임과 다양한 인형의 종류, 그림자극을 통한 그레고의 내면적인 생각을 표현하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마리오네뜨도 등장한다.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조명으로 슬라이드와 촛불 등을 사용하여 전체적인 무대 분위기를 "변신"이란 작품이 주는 어두운 색으로 표현하고, 인형의 색조도 검은색으로 한다.

그리고 두 명의 배우가 그레고와 그의 가족(그레테, 어머니, 아버지), 지배인, 하숙인을 대변하여 연기한다.

다른 작업과는 달리 연습과정부터 그림자료 조사와 텍스트 없이 모든 장면을 그림으로 먼저 표현하고 거기에서부터 움직임을 찾고 즉흥연기를 시도했다.